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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체국 계단 옆, 사계절 내내
물들어 누굴 기다리나
가까운 항구 짠 내 나는 바람에도
아득한 몸부림 없이 매운탕 한 그릇 비우고
나오는 눈빛인들 가녀린 이쑤시개만큼
그와 나 사이에 그리움이 음식물처럼 낄까
채우는 손길 적어도 하루하루 비워야 하기에
사거리에서 서로 다른 방향으로
뿔뿔이 흩어지는 단풍이 곱게 물든 낙엽
새 떼처럼 날아오르고 싶어도 겨우
흉내만 내다 만다
빗방울을 싣고 뭉게뭉게 이동하는 구름 화물차
어머니의 따뜻한 밥상처럼 그리운 우체통
우체국 계단을 오르려다 그 옆에 쪼그리고 앉아
잔잔히 들려주는 붉디붉은 이야기 들어준다
출렁거리는 푸른 청바지 이제 벗어버리지 못해
철 지난 어부의 인생이 노을빛으로 물든다
그의 눈동자에서 별똥별 한 방울 흘러내린다
(그림 : 임정아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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