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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도열 - 비 오는 세종로시(詩)/시(詩) 2022. 5. 25. 20:51
젖은 보도를 걷는다
낮게 내려앉은 하늘이
우울한 얼굴을 끌고 가는 아침에
문득 길을 잃는다
가늘게 내리는 빗줄기에
희미한 기억이 거리에 풀어지고
촉촉한 눈가에 젖은 풍경 하나 담는다
고층빌딩의 침묵에 걸음이 점점 무거워진다
누군가 툭 어깨를 치면
금세 사라져버릴 것 같은 비눗방울 가슴
빗줄기에 구멍 하나씩 생긴다
먹구름 흘러가는 세종로 가로수 아래서
익명의 행인이 되어 우두커니 서 있는 휴일
빗줄기 사이로 차량의 질주는 이어지고
정류장에 떨어진 이른 낙엽 하나
파르르 빗물에 젖어든다
(그림 : 김동욱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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