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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도열 - 저녁 무렵시(詩)/시(詩) 2022. 5. 25. 20:52
사라지는 것들은 깊은 여운을 남긴다.
차창을 활짝 내리자 부드러운 공기가 얼굴을 감싼다.
비가 언제 왔나 싶게 바람의 질감이 고슬고슬하다.
우울한 기분이 순해지며 바람결에 쓸쓸함이 시나브로 밀려든다.
매일 맞이하는 저녁 무렵이지만
낮을 지나 밤으로 넘어가는 경계에 서면
언제나 외로운 눈빛이 된다.
낯선 시간 속에 혼자 덩그러니 남겨진 기분이다.
길 위에서 수없이 교차되는 전조등 불빛에
가끔 어디를 향하고 있는지 방향을 상실하곤 한다.
매양 같은 길을 지나면서도
언제나 낯설게 다가오는 시간의 경계에 서면
마음 한구석이 헛헛해진다.
고개를 들고 하늘을 올려다본다.
옅어진 먹구름 사이로
희미한 별 하나가 고개를 비죽이 내밀고 있다.
나는 별을 배달하는 눈빛으로
어둠 속의 한 곳을 그윽이 바라본다.
(그림 : 이종화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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