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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수산 아래
허물어가는 흙집이 있었다
가만히 내버려 두어도
아무도 탐내지 않는 빈집
더 잃을 것 없는 내가
그림자처럼 숨어들어
나머지 반평생을 살아볼까
채곡채곡 쌓인 돌단 위에
푸른빛 빙그르 도는 수국 심어 두고
언제나 앓는 것은 사랑이었다고
당신 팔 베고 누워 천 년을 살아볼까
서까래 구들 매만지고
뒤란에 벽오동 심어 빗소리
마음은 거기 오래 머물러
아무것도 겪지 않은 아이처럼
흙집을 세웠다가 무너뜨렸다가
봉황의 머리 닮은 산 아래
집이 없는 사람은
(그림 : 이원진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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