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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사목이 다된 산수유가 어디서 물이 올랐나
봄의 온 기별은 용케도 귀신처럼 잘 알아서
(살아온 세월이 있으니까)
꽃 피고 열매 맺고 새잎도 돋았다.
늙었어도 할 짓은 다했다.
주책 망령이라고 누가 혀를 차랴.
산수유야 늬가 봐도 늬가 예쁘고 기특하냐.
그래서 몸 가득 꽃으로 치장하고 열매를 달았느냐.
늙은 내가 있는 그대로 너를 보아도
이 봄이 너에게는 마지막으로
꽃을 다는 봄이더라도
죽을 때까지 너무나 곱게 늙어서 고맙구나.(그림 : 장정희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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