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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는
농사라는 바다에 떠 있는 섬
흔한 자전거도 타지 않고
오로지 걷기만 하셨어요
오토바이는 배우지 않고
오로지 두 발로 걷고
두 손으로 마늘 캐고
곡식이나 채소
지게 발채에 담아
짐 진 채 집으로 돌아오셨죠
사람들이 트랙터로 밭 갈 때도
소 끌고 가 밭 갈았어요
육지 요양병원에서
소금밭에 고인 바닷물처럼
말라가시면서도
마늘과 양파밭 걱정하는 분이셨어요
목포 앞바다
끝내 건너지 못하신 아버지
아버지는
몸뚱이 하나로 사시는
농부라는 섬이셨어요
(그림 : 김대섭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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