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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도화 - 된장찌개 끓이는 시간시(詩)/시(詩) 2022. 3. 10. 15:49
뚝배기에서 그리움이 보글보글 끓고 있다
엄마의 된장으로 찌개를 끓이는데
왠지 끓일수록 아버지 냄새가 난다
껄끄러운 콩대 같은 아버지
그 줄기에 매달려 콩알처럼 알알이 영글어
늙고 메말라 흔들리는 바람개비 같은 몸으로
타작을 하였을 것이다
다섯 가지의 파릇한 웃음소리도
콩의 성질을 지닌 된장처럼
우린 콩대의 깊은 뜻도 모르고 살았다
콩꼬투리 짚불에 구울 때
타닥타닥 타들어가던 그 소리 사라지고
묵정밭엔 소금을 뿌려놓은 듯, 개망초 자리잡았다
아버지의 구불구불한 인생길 둑에서
(그림 : 이원진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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