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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명자 - 화본역 뒷길시(詩)/시(詩) 2022. 2. 25. 12:16
척박한 자갈땅 뚫고 거기가 제자린 듯
앞다퉈 꽃부터 피운 대책 없는 삶을 보았다
본디 제자리가 따로 있는 건 아니지만
마주한 순간,
굳이 꽃이 있을 자리 아닌 것 같다는
앞선 생각에 예쁘단 말 선뜻 나오지 않는다
누군가 감탄사 섞어 예쁘다고 방방 뜨는 소리
내지르는데 다시 보게 하는 꽃이라기엔
뭔가 어설프지만 바람이 물어다 준
꽃씨로 뿌리내린 억척스런 꽃이 아니던가
날 자리 정해서 태어난 자식 없듯이
있을 자리 정해놓고 피는 꽃 역시 없는 법
어디서든 뿌리 내려 터전 잡는 꽃의 근성이
오히려 부럽다
화본역 뒷길
문득 돌아본 길가에 땅에 붙어 보일 듯 말 듯
코스모스 한 무더기 생뚱맞게 피어 있다
안쓰럽고 대견한 꽃, 거기, 있다화본역 : 경북 군위군 산성면 산성가음로 711-9
전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간이역 중 하나로 뽑힌 곳으로 군위를 대표하는 여행지며,
영화, 예능 등 다양한 프로그램에도 등장하는 곳이다.
(사진 : 감홍시님 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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