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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지호 - 은산상회
    시(詩)/시(詩) 2022. 2. 25. 20:52

     

     

    흙 묻은 장화들이 앉았다 간 파라솔 아래

    빈 막걸리 병들이 출출했던 시간처럼 서 있다

    젖어 있는 노인들의 힘이 울퉁불퉁 진흙으로 떨어져 있다

    거친 발톱을 세운 발자국도

    껄렁하기만 했던 야성도

    가벼운 물결무늬 투박한 기하학무늬로 저마다의 생을 찍어 놓았다

    시골 마을에도 중심부는 있고

    마을을 지탱한 것은 허름한 파라솔과 평상이다

    국제 회의장이 된 곳

    대통령 김정은 바이든 시진핑도 한 번쯤 왔다 간 곳

    오늘의 난상토론은 용식이 철구 미순이다

    윗마을 아랫마을 죽일 놈 썩을 놈이 치워진 자리에

    어버이날이라고 부쳐 온 돈이 농협 창구같이 시끌벅적이다

    자식 자랑으로 잔액의 ‘0’숫자가 늘어나도

    ‘0’은 영

    맞장구만 있을 뿐 악플도 뒷조사도 없다

    평상에서 돋은 말은 바람이 가져간다

     

    떠나는 이야기보다 도착 이야기가 많은 상회

    늙어 가는 품목이 늘고

    새로운 것은 팔리지 않는다

    젊은이가 키운 기업형 농산물이

    노인이 거둔 늙은 맛을 따라가지 못하듯

    평상은 구수한 입담 맛에 길들여 있다

     

    익은 맛이 가득한 파라솔 밑 평상에 그림자가 떨어져 있다

    늙어 가는 시간은

    아무도 모르는 지름길을 알고 있다

    (그림 : 이미경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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