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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철규 - 의자는 생각한다시(詩)/시(詩) 2022. 1. 13. 11:34
의자는 생각하는 사람처럼 앉아 있다
수평선을 바라보며
수평선이 그려진 그림을 바라보며
구름이 왼쪽 귀로 들어와 오른쪽 귀로 빠져나간다
다정한 연인처럼
창에 비친 서로를 바라보며 낡아가고 있다
삶의 절반 동안 기억해야 할 일들을 만들고
나머지 절반 동안은 그 기억을 허무는 데 바쳐진다
아무도 모르고 지나친 생일을 뒤늦게 깨닫고는 다음해의 달력을 뒤적거린다
누군가 자신의 어깨를 툭 치고
이제 문 닫을 시간입니다, 라고 말해주기만 기다리고 있다
금방이라도 무릎을 짚고 일어설 것처럼
의자 위에 물음표 하나가 앉아 있다
구름의 초대장은 아직 도착하지 않았다
(그림 : 지석철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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