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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태건 - 익산 나바위성당 팔각 창문 아래에서시(詩)/시(詩) 2022. 1. 11. 11:44
시험을 앞둔 아이 생각에 찾아간 나바위성당에서 신을 찾아 떠난 사내를 생각하네
중국인 목수가 만들었다는 유서 깊은 창문으로 여덟 줄기의 햇살이 모이고
강경, 함열, 여산 새벽길을 밟고 온 신자들이 손이 부르트도록 쌓아 올린 성당의 어느
구석에는 신이 깃들 것만 같은데
신은 언제나 과묵하여 존재를 잊게 되고 그럴 때마다 추운 계절의 응달을 지나가는
사내의 웅크린 어깨가 보일 것만 같네
팔각 창문으로 가을볕은 강물처럼 쏟아져 나는 손을 들어 투명해지는 손가락으로
남은 날들을 세어보네
천국은 슬픔 많은 사람들이 어둠 위에 세운 빛의 궁전인지도 몰라
추워질수록 깊어져 흐르는 강의 푸른 언덕에는 오늘 밤에도 바람이 불고 별이 떠서
허전한 나뭇가지에 깃들겠네
네가 지금 흔들리는 것은 살아있기 때문이야
이제 나는 꽃나무 가지에 머무는 바람에도 신의 미소를 생각하겠네
먼 길을 돌아온 사내가 눈 감고 들이켰을
신의 눈물 같은 한 방울에서
태어난, 너와 나는
(그림 : 김이슬 화백 - 나바위성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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