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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아니야, 하지만
너도 아니니까 잘 가
우리 다시는 마음 열지 말자
을지로에서 한 잔 종로에서 두 잔
마시고 욕하고 외면한 다음
여기 안암로타리
돌아서 걸어가는 친구의 뒷모습이
그도 결국 혼자였음을 알려준다
넌 이제 아무도 없는 곳으로 걸어 들어가
문을 잠그겠지
홀몸이므로
얼마나 오래 불타야 할까
이봐, 홀몸이란
자기 속으로 숨어버리는 몸 아닌가
숨을 곳을 찾는 몸 아닌가
이봐, 몸을 떠난 내 목소리 안 들려?
몸이 떠나버린 혼잣말 안 들려?
나 또한 아무도 없는 곳으로
돌아서면서
나의 집, 그 텅 빈 응급실에
병 걸린 사람처럼 눕기 위해
돌아가면서
(그림 : 이종화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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