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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 저녁 식사를 마치고
마른빨래 걷어 방으로 들어오신 어머니
어젯밤 까다 둔 마늘을
궁시렁궁시렁 까시며
요샌 밤이 웬수다 웬수
고무줄처럼 늘어진 밤이 웬수여
진저리치듯 긴 밤의 기억을
곱씹고 또 곱씹으시며
양다리 사이로 빨간 고무다라이를 끼고 앉아
늘어진 밤의 길이를 재고 계신다
툭툭 던져진 마늘이 바구니에
쌓여갈수록 깊어가는 어둠
도란도란 말벗이 되어 주던
나의 눈꺼풀도 스르르 감기고
요란했던 텔레비전이 마감 뉴스를 전해도
아무것도 개의치 않는 듯
바스락바스락 뭉툭해진 손톱 끝으로
긴 밤을 잡아당기고 계신다
(그림 : 박지영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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