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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세상에서 가장 오래된 엄마라는 가엾은 풍습을 아네
나를 낳은 뒤 나의 백성으로 살아가는 여인
오늘은 목단 이불을 귓불까지 쓸어올리고 잠든 섣달
흰머리 쓸다 설워진 이야기도 어느덧 늙어
안을수록 흘러가는 당신에게 깃들던 아득한 열 달
새끼와 입맛 맞추느라 입덧하고
살과 뼈를 밀어올려 내 보금자리 마련한 날들
몸속에 불을 놓아 심장을 짓고 몸 안에 기러기 풀어 피붙이 눈을 띄우던
한때 당신은 네 개의 무릎을 가진 건강한 짐승이었네
눈 내리는 섣달 밤바다와 한 이불 쓰고
가랑이로 고래 드는 꿈을 꾸는지 스물여덟 새벽으로 돌아갔는지
이부자리에 찬밥 한 공기 남아있네
(그림 : 이미경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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