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윗돌 아랫돌이 몸 맞대고 있다
위짝 구멍에 빗줄기가 뛰어든다
나는 어처구니를 그러쥐고 햇곡식들을 넣는다
갓 끊어온 빗소리 한 단
옥수수 밭에서 받은 구름 한 필
금 가고 젖고 사무친 꿈
여물게 걸려 홀로 속 끓인 말도
둥글게 그늘까지 문질러 몇 홉 내려받는다
뒤뜰 달빛 두어 평에서 나온 이슬 한 줌에
어처구니없이 해 넘어 잊은 것이 흘러들었는지 손 멈추었다
돌의 품으로 지그시 쓰다듬으니
가만히 따스해지는(그림 : 이원진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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