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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스스 머리를 풀어헤친
집이 운다
빗물 고인 장독을 들여다보고
앞마당 잡초 더미
봉숭아 한 그루 붉게 터졌다
조랑조랑 꽃을 달고
어리둥절 서 있다
바람 한 점에
퍽, 바지랑대 쓰러지고
놀란 집이 퍼뜩
한쪽 발을 쳐든다
사타구니 뵈는 집
더는 숨길 게 없다고 주머니를 뒤집어 탈탈 턴다
누가 알맹이를 빼먹고 껍질만 남겼을까
(그림 : 전성기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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