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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경덕 - 슬픈 저녁시(詩)/마경덕 2020. 12. 8. 11:00
저녁에게는 누가 저녁밥을 지어주나
찬밥 한술 뜨고 담배 한 대 태우고
한자리에 웅크리고 앉았다가 와글와글 몰려드는 저녁들야근을 마친 새벽
어디에 자리를 펴고 누울까
저녁에게 눈부신 아침이 저녁이라면,한 올의 빛과 소음도 뼛속에 스미지 않도록
두꺼운 커튼을 치고
잠을 눕히고 귀를 틀어막는,시끄러운 대낮을 저녁이라 부르는 슬픈 족속들
저 불안한 잠에게 누가 이불을 덮어주나
번번이 코피를 쏟는 저녁에게
굶지 말라고, 밤일에 몸이 축난다고, 누가
차디찬 저녁의 등을 만져주나다시 떠오를 수 있을까
아무데나 등 기대면 깊은 어둠의 바닥으로 가라앉는 피가 마르는 저녁들오늘 밤 졸지 말자고
빈속에 커피를 석 잔이나 마시고 박카스도 마시고
검은 작업복을 걸치고, 우르르 일하러 나오는 저녁들…(그림 : 박성완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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