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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 뒷좌석에 앉았더니 내내 덜컹거렸다 버스는 뒷자리에
속마음을 숨겨두었다
그가 속내를 꺼냈을 때도 나는 덜컹거렸다
뒤와 끝은 같은 말이었다
천변(川邊)이 휘청거렸다
나무의 변심(變心)을 보고 있었다
이별을 작심한 그날부터 꽃은 늙어
북쪽 하늘이 덜컹거렸다
코푼 휴지를 내던지듯 목련은 꽃을 던져버리고
남쪽을 향해 돌아앉았다
발밑에 널린 파지를 밟으며 걸었다
자줏빛 눈물이 신발에 묻어왔다
길가 벚나무가 검은 버찌를 버릴 때도
보도블록은 잉크빛이었다
뒤가 어두울수록 앞은 환하고 눈이 부셨다
뒤끝이 지저분한 계절이었다
(그림 : 권대하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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