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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경덕 - 접시꽃 핀다시(詩)/마경덕 2019. 5. 26. 21:46
접시꽃 담벼락 아래 튀밥장수 영감 지루한 하품이 손풍로를 돌린다.
강냉이 마른떡국 콩, 손때 절은 깡통 일렬로 줄 맞추고 압력계기판 눈금이 달아오르면 담장 위 키다리 접시꽃이 아슬하다.
고소한 냄새에 목을 뽑은 접시꽃, 한 입만, 한 입만, 빈 접시를 내밀고
뻥!
튀밥이 날고
쨍그랑!
접시 깨지고
얄팍한 소갈머리에 뭐 담을 게 있어. 쯧쯧, 혀를 차는 영감, 평생 뻥만 치다 늙은 장돌뱅이 영감.
속 깊은 자루에 튀밥을 담는 동안 귀가 먹먹한 접시꽃, 재빨리 깨진 접시를 주워 모은다.
층층 다시 접시가 쌓이고 저 튀밥 언제 한 입 먹어보나, 쩍 입을 벌린 접시꽃,
뜨거운 햇살이 뱅글뱅글 풍로에 감기고, 담장 위 접시꽃, 얼른 새 접시를 꺼낸다.
(그림 : 신재흥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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