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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굽이를 돌아온 계곡물
갈래갈래 물길이 만나 철철철 음역을 높인다
서로서로 등 떠밀며 웅덩이에 주저앉은
물의 엉덩이를 끌고 내려간다
저 아래 절창이 있다
물의 비명이 자욱한 해안폭포가 있다
번지점프를 앞두고 밀어붙이는 투명한 채찍들, 등짝을 후리는 소리에 물의 걸음이 빨라졌다
개울에서 꼼질거리던 물의 애벌레들
하얗게 질려 폭포 끝에서 넘어지고 처박히더니,
일제히 우화를 하고 주저 없이 바다로 뛰어든다
굽이굽이 긴 노래
완창이다
피를 토하며 득음을 한 명창도 있었다
(그림 : 정인성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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