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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경덕 - 만가(輓歌)시(詩)/마경덕 2022. 2. 19. 15:49
그 소리는, 이슥도록 갯가를 떠돌다가 아스라이 멀어졌다
산동네에서 아랫마을로 내려와 밤바다를 철썩이며 선잠을 흔들던 청승맞은 그 기운은
언젠가 밤길에서 만난 혼불처럼 어둠의 틈새로 사라지고
어느 순간 소리에 꼬리가 돋아 그 꼬리를 붙잡고 가늘게 명줄을 이어 갔다
주거니 받거니
물보라를 일으키는 애끊는 리듬은,
풍랑에 남편과 두 아들을 잃은 종오 엄마가 다리 뻗고 바닥을 치며 울던 젖은 곡조여서 사무치고 사무치는 것이었다
누구일까
폐병쟁이 황 씨, 노름쟁이 곰보 천 씨, 지게꾼 학출이 아버지도 그 길을 따라갔는데
또 누구일까
날이 밝으면
집 앞을 지나가던 꽃상여와 꽃잎처럼 붉은 울음과 노잣돈 없어 못 간다는 요령 소리가 귓전에 매달려
어린것이,
세상을 다 살았다는 얼굴로 눈물을 찔찔 흘리던 밤이 있었다
(그림 : 육영옥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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