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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낙추 - 조개 까는 여자(女子)
    시(詩)/시(詩) 2021. 8. 1. 16:01

     

    삼십여 년을

    태안시장 한 귀퉁이 눌러 앉아

    조개 까는 여자(女子)

    갯물에 퉁퉁 불은 낙지 대가리 손가락으로

    안 보고도 척척 잘도 깐다

    조그만 조개 칼 한 바퀴 돌리면

    깜짝 놀란 조갯살 바르르 떨고

    나비 같은 껍데기는 소복이 쌓인다

     

    조개 까듯 이놈의 세상 홀랑 까서

    알맹이 껍데기 가려 놓으면 좀 좋겠냐고

    까도 까도 고단한 삶을 탓하지만

    조개 칼 하나로 자식들 키우고 공부 시켜

    아무 걱정 없는 줄 시장 사람들 다 안다

     

    처녀 적에 내 조개가 일찌감치 눈 뜬 걸 눈치 채고

    그 인간이 살살 꼬드겨서 얼른 팔았지

    그랬더니 평생 지지리 속만 썩인 덕에

    내 궁둥이가 이렇게 앉은 못 박혔어

    그저 여자(女子)는 조개를 잘 팔아야지

    잘못 팔면 요 모양 요 꼴 난다고 연신 떠드는 입

    비리기가 안흥 항구 앞바다요

    걸기가 풀 두엄 더미다

     

    입이 근질거려 하루도 집에서 못 쉬는

    조개를 닮은 여자(女子)

    서방 노릇 제대로 못하는 웬수니 악수니 하면서도

    웬수 때맞춰 점심밥 차려 주려고

    조개 칼 놓고 집으로 가는 발걸음

    들물처럼 빠르다

    (그림 : 김의창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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