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는 게 상처만들기 아니냐
초록 풀잎 하나가 발목 잡는다
굽은 네 어깨를 보는 것은 고통이다
네 눈 속에 박힌 풀잎을 보는 것은
사슬 하나를 더 만드는 일
상처가 만들어놓은 길 위에
초록뿔처럼 솟아오른 마음의 뿔
울부짖는다
살아온 날만큼 밥그릇 비우듯
마음을 비워야 한다구?
풀잎 하나가
아침을 잡고 놓아주지 않는다
풀잎 끝이 겨누고 있는 곳에
걸려 있는 구름, 정지된 하늘
하루가 장막처럼 내려앉는다
북상중인 장마전선이
벌써 턱에 닿는다
(그림 : 안기호 화백)
'시(詩) > 시(詩)' 카테고리의 다른 글
강지혜 - 납월무청 (0) 2021.08.01 정낙추 - 조개 까는 여자(女子) (0) 2021.08.01 손영미 - 자클린의 눈물 (0) 2021.08.01 최경천 - 산 81번지 (0) 2021.08.01 한희숙 - 나 어릴 적엔 (0) 2021.07.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