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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영미 - 자클린의 눈물시(詩)/시(詩) 2021. 8. 1. 15:06
보이지 않는 나의 눈은 어디를 보고 있는 것인가
가녀린 틈으로 새어 들어오는 빛
어떤 우주의 기척이 나를 향해 달려온 것일까
나를 태울 것만 같은 빛이
꽂히듯 무대로 쏟아진다
활로 심장을 켠다
머릿속 음표들이 뛰어다닌다
온기마저 놓아버린 나의 심금이
점점 굳어간다
그런데도 비극은 멈추지 않는다
나의 사랑과 사람은 5년 만에 떠났다
나의 몸은 슬픔의 원본
첼로여 더 이상 나를 기록하지 마라
너에게 슬픔이 중독된다는 걸
차마 허락할 수 없다
난 그저 파국의 주인공처럼
감긴 눈을 한 번 더 감는다
안에서 바깥으로 연주가 흐느낀다
이젠 치유와 씻김이 다른 말로 떠들지 않는다
한 번도 나를 향해 귀를 열지 않았던
세상의 모든 미물들이 눈을 뜨고 입을 열고
나를 향해 달려온다 소중한 것과 비루한 것
강한 것 약한 것들이 전부 다 와서 음악이 된다
뇌와 척수가 녹아내리는 고통 속에서도
박수와 환호가 환청으로 떠돈다
마침내 나는 음악과 슬픔에 궁극이 된다
눈물과 애가(哀歌)가 끝없이 이어진다자클린의 눈물(Les Larmes de Jacqueline) : 오펜바흐는 쟈크린느의 눈물(Les Larmes de Jacqueline)을 1846년에 작곡했는데 이 작품은 <Les Harmonies des Bois(숲의 하모니)>(op.76)라는 제목의 세 곡 중의 두 번째 곡으로 되어 있다
<쟈크린느의 눈물>이라는 제목이 붙어있지만 첼리스트 쟈크린느는 오펜바흐의 사후에 태어나 활동한 연주자이기 때문에 오펜바흐는 쟈크린느를 알지 못한다 그럼에도 이 곡에 <쟈크린느의 눈물>이라는 제목이 붙어 있는 것은 이 곡이 첼리스트 Werner Thomas에 의해 발굴되어 그에 의해 쟈크린느 사후에 그의 음반에 <쟈크린느의 눈물>이라는 제목으로 헌정 연주를 했기 때문이다 이 제목의 쟈크린느는 잘 알려진 영국의 첼리스트 쟈크린느 뒤 프레를 말하는데 촉망받는 첼리스트로서 다니엘 바렌보임과 결혼하고 행복을 구가하였으나 26세에 희귀병인 다발성 경화증으로 몸이 점점 마비되어 연주 생활을 청산하고 42세(1945-1987)에 세상을 떠나게 된다 그래서 첼리스트 Werner Thomas는 그가 발굴한 이 곡에 <쟈크린느의 눈물(Les Larmes de Jacqueline)>이라는 제목을 붙이게 되고 이 곡이 그의 노력으로 세상에 널리 알려지게 된다
(그림 : 오진국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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