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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서빈 - 개복숭아꽃시(詩)/시(詩) 2021. 8. 1. 16:08
어느 생에선가 나는
너를 짝사랑 한 것이 분명하다
심장에서 꺼낸 휘파람으로 너의 집 울타리를 넘어가
불러보다가 혼자 타오르다가
눈썹 하나 까딱않는
너의 집앞을
왔다가 갔다가 서성이다가
문 한 번 두드리지 못하고 돌아와
애먼 개살구꽃잎만 똑똑 따던
너는 알지 못하겠지만
지금도 내 심장은 개복숭아빛이다
잘 쪼개지지 않는 너의 가슴을 못 열어
벌레먹은 심장은 상처가 아물지 않아
매일 심쿵심쿵 주먹질한다
육시랄,
그놈의 짝사랑 언제나 끝날지
아직도 봄마다 눈알을 알알붉붉 찔러대며
심장을 날뛰게 만드는
너는 분명 어느 생에선가
내 젊은 봄날을
붉게 물들였던 짝사랑이였던 게 분명하다
(그림 : 한영수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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