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네게 불쑥 건네고 싶은 것 그냥, 바람이 나뭇가지를 흔들고 지나가듯 그냥, 아무리 살아봐도 이유를 알 수 없는 그냥, 네게 휙 안겨주고 싶은 그냥, 고양이처럼 꼬리치며 안겨 오는 그냥, 사랑이란 것도 때로는 다 부질없다 싶을 때 꺼내보는 그냥, 발버둥 쳐봐도 다 알 수 없는 삶 같은 그냥, 봄 햇살 아래 알종아리를 드러내고 싶은 그냥, 야옹거리며 내가 네게로 가는 마음 그냥, 목욕탕이 쉬는 수요일 같은 그냥, 왜냐고 묻지 않는 그냥, 아무에게나 내 속을 털어놓고 싶은 그냥, 한시도 내게서 떨어나가 본 적 없는 그냥, 밥 한 그릇을 잘 비운 것 같은 그냥, 우리네 삶의 종착지 같은 그냥, 길고양이 같은 그냥, 그냥 그렇게 산다 싶은 그냥, 불쑥 오늘 너에게 또 건넨다! 그냥.
(그림 : 장용길 화백)
'시(詩) > 성선경' 카테고리의 다른 글
성선경 - 별리1 (0) 2023.05.12 성선경 - 운주사 와불 앞에서 (0) 2022.10.28 성선경 - 대설(大雪) (0) 2020.11.25 성선경 - 폭포 (0) 2020.08.24 성선경 - 한참 (0) 2020.07.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