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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벽에 귀나 하나 세워둬야겠네요
밤새 물소리나 들으라고
떡하니 벽에 귀를 붙여두고
물이 넘치면 귀나 씻어라 말해줘야겠어요
돌아오지 않는 당신을 기다리는 것은
보름이 지나도 차지 않는 달 같겠지요
귀나 씻으라는데
물은 자꾸 평형을 이루고
귀는 어떻게 할까요
바다로 가면 더 파랄 텐데
파랗게 눕혀둘까요
파랗게 세워둘까요
저기 귀 하나 서 있네요
오직 한 귀.
(그림 : 조광기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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