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선경 - 운주사 와불 앞에서시(詩)/성선경 2022. 10. 28. 09:39
저렇게 꽃피는 일이 천 년이라면
나는 아직 젊다
나란히 누워 하늘만 바라보며 또 천 년이라니
이제 마당 어귀에 꽃밭도 일구고
채송화나 봉선화를 심어도 좋겠다
어디 백반이나 구해와
손톱에 꽃물들이며
한 백 년 호호거려도 좋겠다
너 닮고 나 닮은 아이들을 낳아
장난기 가득한 돌탑이들 일흔 개나 여든 개 세워놓고서
나란히 팔베개를 하고 별자리나 찾으며 한 계절을 넘기면 또 어때
한 번 꽃피는 일이 이렇게 천 년이라면
나는 아직 젊다.
(그림 : 심수환 화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