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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우전 - 달개비
    시(詩)/시(詩) 2021. 2. 9. 09:25

     

    바람이 제 몸 구부리는 외딴 산모롱이 하느님 한 방울 눈물 떨구셨는지, 어린 영혼이 파랗게 피어있네요

    초록의 얇은 잎들 사이에 숨은 듯 피어 바람의 연골 따라 하늘하늘 흔들립니다

     

    호박잎도 슬쩍 몸 돌려 울음자릴 만들어주는 저녁, 남은 햇살 달개비에 머물면 작은 일생은 적막에 잠기

    기도 하는 걸까요 초저녁달 딸꾹질 같은 꽃잎엔 하느님 입김이 보일 듯도 하네요

     

    바람이 잰 걸음으로 와서 눅눅한 슬픔 닦아내자 하늘은 보랏빛 이불 한 자락 펼쳐 기슭의 마음을 덮습니다

    바람이 긴 혀로 여린 꽃잎 핥는 이런 때엔 하늘까지 눈물이 번지기도 하는가 보네요

     

    흔들리는 것이 먼 하늘로 아장아장 걸어 올라가는 것처럼 보입니다 새로 핀 고요의 무늬 제 몸으로 받아 저

    녁은 오늘의 첫별을 띄워 파르스름하게 흐느끼기도 하나 봅니다

     

    노을이 꽃잎에 머물 듯

    어설픈 한 생 채우고도 남을 만큼

    떨림은 낮고 환하고 고요하고 깊습니다

    닭의장풀 : 외떡잎식물의 닭의장풀과에 속하는 1년생초. 학명은 Commelina communis L.이다. 달개비, 닭개비 또는 닭의밑씻개라고도 한다. 닭장 주변에서 잘 자란다 하여 ‘닭의장풀’이란 이름이 붙여졌고, ‘달개비’라는 속명으로 더 잘 알려져 있다. 한방에서는 ‘압척초’라고 불리는데, 꽃잎이 오리발같이 생겼다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압척초라는 명칭은 당나라 <본초습유(本草拾遺)>에 처음으로 기재되었으며, 역대의 본초서적에서 자주 볼 수 있다.

    (그림 : 김재학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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