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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감우 - 콩, 콩의 반란시(詩)/시(詩) 2021. 2. 8. 15:23
여기가 어딘지 몰라 내다보고 싶었어
내 밖의 세상 궁금해서 견딜 수가 있어야지
처음엔 열린 틈 사이로 눈만 빠끔
내밀어 볼 참이었어, 생각대로 되질 않았어
촉촉이 젖어드는 재미를 알아버린 뒤
발돋움해보니 조금씩 시야가 넓어졌어
두런두런 세상 이야기가 날 유혹했어
기지개 켤 때마다 쭉쭉 늘어나는 다리는
내 머릴 감당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어
일 확 저질러 버렸지 머리에 끝가지 쓰고 있던
콩이라는 둥근 이름표를 벗겨내고
발가벗은 나신으로 겁 없이 나서버렸어
콩의 반란이었지만 나의 원죄인
콩의 칼을 쓰고 콩나물이 되어버렸지만.
(그림 : 장완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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