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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현숙 - 겨울 포구시(詩)/시(詩) 2021. 2. 9. 10:22
겨울 소래 포구는
혼자먹는 내 고달픈 저녁처럼 쓸쓸했다
물때 따라 떠 내려온
채 녹지 못한 얼음 덩어리들이 노숙하던
몇 구의 주검 같다
멀리서 부터 온 지친 그들은
달리다 만 협궤 열차의 기억을 대신해서
천천히 흐르고
이제 먼 바다 위로 날기를 포기한 재갈매기는
포구변을 떠 다니며 제 몸만 살찌우고 있다
비린내 배인 눈 덮인 갯가에는
분실 신고 된 폐선 하나가 널브러져 있고
나는 치유되지 않는 깊은 우울과
바닥까지 추락한 절망의 부스러기와
그리고 아직도 다문다문 떠오르는 군색한
욕망의 찌꺼기를
소래 장터의 곰삭은 젓갈통에 깡그리
쏟아 붓는다
소금에 푹 절여진 세월 하나를 미끼로
누군가 갯바람 속에서
물에 빠진 멀건 겨울 해를 건져 올리려고
자꾸 헛손질 하고 있다
(그림 : 박상덕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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