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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경동 - 세상이라는 큰 책시(詩)/송경동 2020. 9. 19. 18:52
가리봉오거리에 하나 있던
공단서점이 문 닫고 난 후
책 읽을 일이 적어졌다
양식이 되는 책은 팔지 못하고
병 될 책만 팔아서였나 보다
그래도 양심은 있지
날일 다니던 주인도
골병들어 떠났으니 말이야
언제라도 한 번 그 뒷방에 모여
책 던지고 공단에 들어가
옳게 병든 사람들과
옳게 병들어 나와
갈 곳 없이 책만 보던 사람들 어울려
내외 없이, 술 한 잔 기울여 보았으면
거리의 모두가 책이던 시절
아직 쓰여지지 않은
새로운 책 페이지들이 되어 거리에서 찢기거나
닭장차 속 구겨 넣어지거나 빗물에 젖거나
때론 분서갱유 되어 갔던
그 갸륵한 신간들(그림 : 김인순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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