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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경동 - 우리 안의 폴리스라인시(詩)/송경동 2020. 9. 19. 18:42
이제 그만 그 거대한 무대를 치워주세요
우리 모두가 주인이 될 수 있게
작은 사람들의 작은 테이블로 이 광장이 꽉 찰 수 있게이제 그만 연단의 마이크를 꺼 주세요
모두가 자신의 말을 꺼낼 수 있게
백만 개의 천만 개의 작은 마이크들이 켜 질 수 있게이제 그만 집으로 돌아가라는 친절한 안내를 멈춰 주세요
나의 시간을 내가 선택할 수 있게
광장이 스스로 광장의 시간을 상상할 수 있게전체를 위해 노동자들 목소리는 죽여라고
소수자들 목소리는 불편하다고 말하지 말아주세요
집을 가진 이들은 집을 갖지 못한 이들의 마음을 몰라요어떤 민주주의의 경로도 먼저 결정해두지 말고
어떤 역사적 사회적 정치적 한계도 먼저 설정해두지 말고
최선의 꿈을 꿔 볼 수 있게광장을 관리하려하지 말고
광장보다 작은 꿈으로 광장을 대리하려하지 말고
오늘 열린 광장이
어제의 법과 의회 앞에 무릎 꿇지 않게위만 나쁘다고
위만 바뀌면 된다고도 말하지 말아주세요
나도 바꿔야 할 게 많아요
그렇게 내가 비로소 말할 수 있을 때
내가 나로부터 변할 때
그때가 진짜 혁명이니까요(그림 : 김화순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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