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십 년 차고 있던 전대마냥
아랫배에 울음주머니를 차고 있는 엄마
노점 단속반 기미 같은 것은 금방 알아챘다
울면서도 이문을 생각하는지
검은 봉투같이 부스럭거린다
셈에 관해서는 저 울음을 당할 수 없다
노점에서 팔았던 각양각색만큼이나 다채로운 울음이야말로
겨울 냉이 한 무더기 같다
하우스에서 나온 것을
노지라고 속여 팔던
그 한 무더기의 파릇함
스프레이 칙칙 뿌리던 상술이 훌쩍인다
딱딱한 의자에서 옹이를 다져온 눈치빠른 울음,
그러면 남는 것 없다는 듯
슬쩍 얹어주는 눈물의 끝자락이
서둘러 전대 속으로 들어간다
결국 너도 전대에서 나왔다고, 그래서 나는 늘 노지인가
평생을 믿어 온 얄팍한 상술 끝자락에서
엄마의 봄날이 돋아난다는 것도 알지만
생업이 몰락했음을 엄마만 모르는 것이다
나는 당신의 몇 번째 손님인가
나는 당신의 몇 번째 봄인가
(그림 : 박운섭 화백)
Mark Portmann - All That I Am
'시(詩) > 시(詩)' 카테고리의 다른 글
허영둘 - 월하정인도(月下情人圖)에 들어가 보니 (0) 2020.05.02 김재윤 - 밑줄 (0) 2020.05.02 김재윤 - 슴베 (0) 2020.05.02 나영애 - 주문 (0) 2020.04.29 이두철 - 짧은 봄 (0) 2020.04.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