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두철 - 짧은 봄시(詩)/시(詩) 2020. 4. 28. 17:41
하루살이는
하루를 살기위해
천일동안 물속에서 묵언수행을 하고
스물다섯 번 몸을 바꿔
불꽃처럼 하루를 살다간다
동구 밖 자목련은
헐벗은 채 혹독한 추위를 견뎌내고
어둠의 긴 터널을 뚫고나와
열흘 동안 총상꽃차례 펼치며
한바탕 축제를 즐기다 간다
어떤 꽃도 열흘을 못가는
평범한 진리를 까맣게 잊은 채
인간들은
영원히 지지 않을 꽃인 양
착각하며 살아간다
또 버려질 봄이
자목련 가지에 꽂히고 있다
(그림 : 한영수 화백)
Ralf Bach - First Messengers of Spring
'시(詩) > 시(詩)' 카테고리의 다른 글
김재윤 - 슴베 (0) 2020.05.02 나영애 - 주문 (0) 2020.04.29 백무산 - 정지의 힘 (0) 2020.04.27 황순원 - 세레나데 (0) 2020.04.26 전인식 - 나물 파는 보살 할매 (0) 2020.04.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