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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순원 - 세레나데시(詩)/시(詩) 2020. 4. 26. 10:36
버스에서 혹은 어느 집회소에서
당신은 내가 앉았던 자리에 와 앉는다
하지만 당신은 내가
누구라는 걸 몰라도 좋다
밤거리를 또는 어두운 다리 위를
당신은 내가 거닐던 곳을 지나간다
하지만 당신은 내가
누구라는 걸 몰라도 좋다
그러면 그런대로 좋은 이여
우리 서로 이렇듯 가깝고도 먼 서러운 별들
나도 당신이 앉았던 자리에 와 앉고
당신이 거닐던 곳을 지나쳐도
당신이 누구란 걸 모르고 지내리
그러면서 때로 나는 술을 마시며 살리
그리고 때로는 웃기도 하며 살아가리(그림 : 한영수 화백)
Pacific Garden - Unconditional 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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