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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동윤 - 마음 한 채시(詩)/임동윤 2020. 3. 14. 10:01
그 겨울 네 얼굴이 도무지 생각나지 않는다
봄이 오기까지 녹지 않는 눈 더미에 갇혀서
나는 벌써 그리움이라는 말을 잊었는가
돌다리도 지워지고 앞개울도 몸을 바꿔 흘러야만 하는
눈 시린 오늘, 말하자면 나는 너에게
아무런 의미도 되지 못하였구나
내 짧은 생각으로는 나를 기억하리라 생각했는데
이 마을, 이 집, 이 마당에서도
여전히 네 얼굴이 생각나지 않는다
아무래도 나는 너를 제대로 껴안지 못했나보다
서로가 서로 사이에 높다란 벽 하나 세워놓고
문은 꽁꽁 닫아놓고 다만 그리워한 것일 뿐,
그래서 눈 내리는 이 길목에서 손 움켜잡았던
그 불같은 마음도 어쩌면 불이 아니었구나
돌아서면 저만치서 바라다볼 뿐,
서로가 서로에게 멀어지는 법만 익혔나보다
그러니까 지금도 한 사나흘 눈만 내리는구나
이 겨울 내내 감옥 한 채 지을 눈만 쌓이는구나
(그림 : 신재흥 화백)
Gary Moore - Still Got The Blues
(Enny Monaco : Saxopho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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