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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동윤 - 사람이 그리운 날 1시(詩)/임동윤 2020. 3. 14. 09:37
햇살 맑은 툇마루에 앉아
외갓집 지붕의 흰 그늘을 바라본다
희디흰 그늘이 뒤덮은 지붕은
구름속이다
잡힐 듯 나지막한 허공이다
그 하늘로 참새들이 날갯짓을 하고
여기서는 보이지 않지만
배추흰나비도 나풀거릴 것 같은
이따금 산비둘기 울음도 날아와 앉는다
저 흰 물결, 어디서 온 걸까
할머니가 심은 벽오동나무 그늘일까
온통 흰 그늘로 지붕을 덮은
목련 한 그루
헐벗은 누더기를 벗겨내듯
환하게, 봄 한철 견디고 있다
이쪽 강물을 풀어 저쪽 지붕까지
마치 명주실을 펼쳐놓듯이
(그림 : 이형준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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