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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동윤 - 늦은 밤 편지 2시(詩)/임동윤 2020. 3. 14. 09:48
자정 무렵, 골목길을 오른다
젖은 빨래처럼 끈적거리는 어둠이
덕지덕지 대문간에 붙어있다
까만 구름이 하늘을 모두 먹어 치워버렸다
서서히 제 몸을 불리고 있다
바람도 한껏 불어와 가랑잎 한 무더기 떨어뜨리고
길바닥 휩쓸다가 휙휙 허공으로 몸 날려 보낸다
어둡다, 와르릉 쾅쾅
먹구름이 소나기를 뿌려댄다
빗줄기는 두려움도 없이 쏟아진다
서류가방으로 막아보지만
흐린 외등 아래로 줄줄 흘러내리는 밤은 눅눅하다
반투명이다, 흐리게 굴절되는 시야 속으로
키 낮은 집들이 축축 늘어진다
비를 피해 대문간으로 달려가는 가장들,
어깨마다 어둠이 하얗게 달라붙어 있다(그림 : 이동우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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