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튤립나무 그늘만 깊어가는
자전거보관소 아래
오래된 시간들이 정박해 있다
아득히 지워진 이름표와 녹이 슨 뼈마디
무단 폐기물 꼬리표를 달고
푸른 추억을 돌리고 있다
4차선 도로를 질주하던 속도도
녹슨 바퀴살에 끼어있다
지하 사우나 환풍기 구멍으로 뿜어져 나오는 수증기에
몸을 맡기고
뒤틀린 안장과 바퀴살이 종일 찜질을 한다
퉁퉁 분 바퀴, 그 무게에 자지러지는 쇠별꽃들
떠나려 해도 꽁꽁 묶여 있는 몸
지난 시간에 묶인 것들은 다 , 그립다
(그림 : 하은미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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