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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혜경 - 채석강을 읽다시(詩)/시(詩) 2020. 2. 2. 09:31
차곡차곡 쌓아놓기만 했지 한 권도 빼주지 않는
저 수만 권의 전집
한 권 슬쩍 하려다가 열 손가락 손톱 다 빠져버릴라
천년만년 정박 중인 비릿함과 무르익은 놀빛과
재탕 삼탕 글 읽는 바다의 소리로 엮었다니
그 이력이 참 새까맣다
좀약 한 알 쓰지 않고 멀쩡한
비 맞아 젖어도 못쓰게 된 적 없는
파도 떼의 몰매에도 무너진 적 없는
정정한 틈새 각주인 듯 삐죽, 풀꽃 한 송이 달려 있다
요철(凹凸)이 있어 점자책 같기도 하고,
그럼 마음 끝으로 더듬어 읽기라도 했단 말인가
펴 보지 않고도 저 책더미 앞에서 시구를 받아쓰는 사람
여럿 보았다
(그림 : 이효선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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