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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 싶은 정이야 못 참을까마는
어둠을 잔뜩 물고 있는
보이는 것이라고는 아무 것도 없는
창문에서는 문풍지만 울어 대고
들을 만큼 들은 소문같이
살갗을 에는 찬바람만이 목덜미에 와 닿는
깊을 대로 깊어진 겨울 밤,
말은 끊어지고 바람 소리뿐이다
바람이 바람을 부르는 바람 찢어지는 소리
기다림이 소리 없이 울어 대는
가슴 미어지는 소리 같아
그대로 아픔이 되는
바람 아닌 바람 소리
그래도 얼어붙은 잎눈을 꼬옥 쥐고
윙윙 울어대는 앙상한 나뭇가지
제 발밑에서 들려오는
제 발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그곳에도 해와 달은 뜨고 지고 있어
온갖 초록들이 내뿜는 향기
허공에서 아롱거리는 무지개 같은
그런 정을 쫓아 잠이 들고 꿈을 꾸는
시간이 축 늘어지는 밤이다
(그림 : 김영근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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