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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을 가득 채우고
일시에 탐스럽게 내리는 눈은
먹을 것 없는 마을을
더 슬프게 한다.
탐스럽게 내리는 눈을 쓰고
앙상한 가지에 매달린
빨간 감 한 알
외딴 산가에서 새어나오는
쓸쓸한 불빛 같다.
울다 잠든 깊은 밤에
몰래 들어와
이불을 덮어주고 나가는
어머니 가슴에
밤새도록 쏟아지는 함박눈,
저 아득한 하늘로
까만 점이 되어 회오리치는
그물망 같은 떼새들이
언 땅에 내려앉으려고
날개를 파득거린다.
한꺼번에 탐스럽게 내리는 눈은
웃음 속에 감추어진
아무도 모르는 눈물을
울컥 쏟아지게 한다.(그림 : 김영근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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