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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달웅 - 봉성장날시(詩)/권달웅 2019. 12. 6. 14:38
닷새마다 찾아오는 봉성장날은
북적거리는 장꾼들만큼
왁자한 소고기국밥 냄새가
는개처럼 자욱했다.
마지막 수업시간이 끝나자마자
침 묻혀 쓰던 몽당연필 달각거리는
책 보퉁이를 둘러메고
까불대는 비비새처럼 날아갔다.
농기구 좌판 거쳐 건어물 전 거쳐
엿장수 가이 소리 앞에
쪼그리고 앉아 있던 어머니는 나에게
엿 한 가락을 내밀었다.
콩 서 말을 팔아서 산
간고등어 한 손은 내가 들고
호미 세 자루 미역 한 오리 양미리 네 두릅은
어머니가 이고
남은 돈이 맞는지 다시 셈해 보면서
돌아오는 길에는
떼 찔레꽃이 어머니 환한 웃음소리처럼
하얗게 피어나고 있었다.(그림 : 한천자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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