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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태일 - 어머니와 순애시(詩)/박태일 2019. 11. 25. 11:12
어머니 눈가를 비비시더니
아침부터 저녁까지 비비시더니
어린 순애 떠나는 버스 밑에서도
잘 가라 손 저어 말씀하시고
사람 많은 출차대 차마 마음 누르지 못해
내려보고 올려보시더니 어머니
털옷에 묻는 겨울바람도 어머니 비비시더니
마산 댓거리 바다 정류장
뒷걸음질 버스도 부르르 떨더니
버스 안에서 눈을 비비던 순애
어디로 떠난다는 것인가 울산
방어진 어느 구들 낮은 주소일까
설묻은 화장기에 아침을 속삭이는 입김
어머니 눈 비비며 돌아서시더니
딸그락 그락 설거지 소리로 돌아서
어머니 그렇게 늙으시더니
고향집 골짝에 봄까지 남아
밤새 장독간을 서성이던
눈바람 바람.
(그림 : 김봉준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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