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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면서
가장 목이 마를 때
긴 물관부를 흔들며 꽃눈을 튼다.
터서는 1백일 지지 못해
향기로운 혀 내밀고 서 있다.
밤이면
하얀 뿌리털 잘게 흔드는 한숨 소리
떠날 날을 미리 알고
한 점 벼랑에서도 대를 잇는 뿌리들아
이 땅의 잡초보다 처절하구나
숨진 네 그리움의 뿌리를
풀이끼로 포근히 감싸준 그날
삐죽이 고개 내민 새끼 촉 하나
아하, 서로의 눈빛만으로
새끼를 치는구나 사랑하므로
헤어져 사는 너희들은(그림 : 김동구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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