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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라연 - 이 가을엔시(詩)/박라연 2019. 11. 16. 11:58
이 가을엔 차라리
떨어져내려도 좋을 옷을 입고서
가장 낮은 무릎에 가벼이
기대어 누운 잎새
지친 손가락 마디마디 추억의
실반지를 찾아 끼고서
스르르 잠이 들면
천정에 매달려 꿈꾸는
수수며 옥수수며 빨간 꽈리며
한 움큼씩의 희망이 되어
한동안 대롱대롱 매달려 살다가
봄이 오면 다시
떠난 줄 알았던 이웃이 되어
성큼 다가서고저
이 가을엔 차라리
누렇게 빛바래져서는(그림 : 남희자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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