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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탈할 때
뭔가 가득 찰 때도 들어갑니다
따뜻하기도 하고 서늘하기도 하죠
섭섭한 대로 봉할 수 있어서 다시
풀 수 있어서 늘 희망적입니다.
얼굴이 없으면 싶을 때도 들어갑니다
우리 나중에 봐요,라는 공간을 선물합니다
귀함을 넣어 좋은 이에게 배달하거나
처마에 매달아둘 때 세상은 더욱 눈부시죠
세상이 사라져버렸음 싶은 이유들이 한꺼번에
울 때 그 울음을 싸서 감아주는 이름입니다
울음소리에 놀란 산과 하늘과 바다도
도리없이 들어갑니다.
당신도 상처 몇됫박쯤 잘 싸서 넣어보세요
어둠을 곱씹으며 아물던 상처가
봄의 입구 쪽으로 귀를 놓을 것입니다
(그림 : 박지혜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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