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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운진 - 라일락의 봄시(詩)/시(詩) 2019. 5. 14. 16:55
어제는 라일락이 피느라 어지러웠고
오늘은 향기에 엉켜 어지러웁다
마당가를 돌아서 하늘가를 돌아온 작은 새도
균형을 잃고 맨발로 비틀거리다
또 다시 부리를 처박는다
향기를 찍어 보겠다는 속셈이지만
라일락보다 먼저 날개를 퍼덕인다
기다렸다는 듯이 라일락 한 무더기 날개에 달라붙는다
멍든 부리를 하고 새는 허공을 가른다
라일락 향기가 하늘을 건너간다
너무 납작하게 끝나는 봄날을
어딘 가라도 간절히 적어두고 싶은 것이다
그곳이 떨어져 누울 길이 아니라면
새의 날개와 날개 사이에 든
허공 한 구석이라도 좋다는 것인지
숨겨놓은 꽃망울까지 모두 밀어 넣느라
하루 종일 라일락나무 밑은 텅 비어있다(그림 : 이금파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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