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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민호 - 벚꽃 지다시(詩)/시(詩) 2019. 5. 14. 09:43
날이 흐리다
어제보다 흐린 오늘 꽃이 떠나고 있다
네 슬픈 눈시울처럼 붉어진 흰 꽃잎 눈보라처럼 흩날리고 있다
나 여기 레테의 강 건너 네 곁으로 왔단다
함께 있는 때만이라도 즐겁기로 했었지
약속을 어긴 건 당신이에요 너는 말하는데 꽃나무는 말이 없다
책을 읽어야겠지 상처 다스리는 법이 페이지마다 씌어 있지
아무도 찾지 않는 방에 들어가 비밀스레 나의 모더니즘을 읽는다
꽃잎처럼 흩어진 시간 끝에 선다
벼랑 끝에 바람이 분다
생은 스러지기 전에 크게 한 번 빛나는 법 꽃잎 떠난 자리에 황토비 내리겠지
너 떠난 자리에 칠흑이 서겠지
(그림 : 장태묵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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